HQ/글

[보쿠로] 시달소 AU

끄쟉끄쟉 2016. 10. 10. 03:16

글 적기 너무 귀찮은데 미래의 내가 이거 다시 써주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올립니다 보쿠로 시달소 AU

여러분 연성해주세요 거의 플롯 수준의 글입니다 나중에 나 이거 올린거 이불에 하이킥 하면서 후회하겠지




 학교 과학실에는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제 앞엔 보쿠토 코타로가, 쿠로오 테츠로가 사랑하는 사람이 쪼그려 앉아있고 저 자신도 그 높이에 맞게 과학실 책상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방금 말해준 사실, 자신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으며 미래에서 왔다. 이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 하면 안된다. 어이가 없지, 시간 여행. 가능하기나 하냐고. 어처구니가 없어 물어보려고 해도 항상 장난끼가 많았던 얼굴엔 진지함이 묻어나,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말 하면 안된다며.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건데?"


 쿠로오의 시선이 보쿠토에게 꽂힌다.


 "내가 원래 있던 시간으로 돌아가."


 진짜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었던 보쿠토가 얼굴을 들어 쿠로오와 시선을 마주했다. 보쿠토는 이제 다시 미래로 간다. 쿠로오 테츠로가 없는 시간에. 이제 다시는 쿠로오는 보쿠토의 스파이크를 블로킹 할 수 없다. 그 얼얼한 감각을 다시는 느낄 수 없고, '헤이헤이헤이!'하는 그의 세레머니도 들을 수 없다. 항상 아카아시의 곁에, 저와 함께 남 몰래 손을 잡고 걸어가던 보쿠토 코타로는 자기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가는 거다.

 이런저런 당연한 사실들을 꼽씹고 있어봤자 슬플 뿐이다.


*


 태양이 진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간다. 붉은 하늘이 강에 비친다. 강에 비쳐 그에게 오는 하얀 빛들이 눈에 박힌다. 항상 보쿠토가 타던 자전거는 없다. 발 아래 흙이 밟히는 소리가 들린다.


 "쿠로오. 꼭 할 말이 있는데."

 "오글거리게. 뭔데."


 보쿠토는 장난스럽게 얼굴을 구기었다. 그는 바보같은 얼굴로 눈동자를 도륵 도륵 굴렸다. 


 "..아니, 전국, 꼭 나가라고!"

 "아 씨, 걱정 해줘서 고맙네요, 바보 부엉아!"

 "왜 화를 내고 그래?"

 그는 웃었다.

 "몰라, 갈거면 빨리 가!"


 ...


 "그럼, 잘 있어, 쿠로오!"

 "그래 잘 가라 부엉이!!!"






 이제 진짜 굿바이, 라고. 울컥한 쿠로오는 다시 강을 거슬러간다. 옆으론 자전거에 앉아 있는 커플이 지나가. 뒤를 돌아보는데 보쿠토의 모습은 더 이상 시야에 없어.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어떻게 사람이 뒤도 한 번 안돌아보고 가냐. 화나긴 해도 이제 더 이상 없다. 그 부엉이도, 스파이커도. 쿠로오는 져지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었다. 누가 보면 실연당한 사람인 줄 알겠다. 쿠로오는 코를 훌쩍이며 져지 소매로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쿠로오~!!!!!"


 뒤에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반갑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는 부엉이의 목소리. 보쿠토는 쿠로오의 어깨를 잡아 뒤로 돌렸다. 쿠로오의 눈시울이 빨갛다. 코를 먹으며 자신을 원망서린 눈으로 본다.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보쿠토는 쿠로오를 꼬옥 안았다. 꾸욱 안긴 고양이는 부엉이의 져지를 잡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고 있어, 갈게. 금방. 보쿠토 코타로는 쿠로오의 얼굴을 콱 잡았다. 놀란 쿠로오와 눈이 마주친다. 보쿠토는 씨익 웃으며, '아냐, 나중에, 나중에 나 찾아오면 해줄게.' 라는 말을 남기고 저 너머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