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아쿠] 키스
*나카하라 츄야x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둘이 사귑니다
*굳엉님의 달성표 보상으로 쓴 글입니다. 주제는 굳엉님이 제공해주셨읍니다.. 저에게는 너무 미지의 영역... 그래도 열심히 썼습니다...
"나카하라 선배?"
아쿠타가와는 제 집무실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을 불렀다. 동시에 방문이 닫혔다. 아쿠타가와가 닫은 것이었다. 아쿠타가와 예상한 대로, 제 의자에 있는 사람은 나카하라가 맞았고, 그는 입에 막대사탕을 넣고 거의 씹다시피 먹고 있었다. 사탕을 씹어먹는 소리가 아쿠타가와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나카하라는 의자를 빙 돌려 아쿠타가와를 보았다. 입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빼고는 여, 하는 짤막한 소리와 함께 웃음을 지었다. 아쿠타가와는 제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나카하라가 있는 쪽으로 발소리를 내며 갔다.
"이거 보이냐."
나카하라가 제 손목에 걸려있는 편의점 봉지를 달랑 보여주었다. 보나 마나 막대사탕과 막대사탕 껍질들이 잔뜩 들어있는 봉지일 것이 뻔했다. 막대는 질겅질겅 씹다가 어디 신경질적으로 길거리 어딘가에 휙 버렸겠지. 아쿠타가와에게 봉지를 보여주겠다고 들어 올린 손이 미세하게나마 떨리는 것이 보였다.
"보상받으러 왔다, 아쿠타가와."
나카하라가 제 입술을 검지로 툭툭 쳤다.
나카하라 츄야는 현재 금연 중이다. 반강제였긴 했지만, 본인의 자발적 의지도 있기야 있었다. 그러나 금연 1시간 만에 못 참고 담배를 꺼내 들어 불을 붙히는 자신을 보고 골머리를 잡았다던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부하들에게 나 담배 꺼내면 때려도 된다며 말을 해도 막상 부하들이 담배를 뺏으려 들면 뭐 인마, 하는 그 무서운 눈빛으로 부하들을 죽여버리질 않나, 진짜로 이번엔 금연을 해보겠다며 담배를 버려도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면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했다. 결국, 아쿠타가와에게 얘기를 하다 보니까 나온 것이 보상이었다. 하루하루 수위를 조금씩 올리는 거로. 첫 번째 날은 손잡기, 두 번째 날은 손잡고 눈 진득하게 마주치고 있기 같은 것들. 오히려 손잡기까지밖에 못해본 아쿠타가와와 나카하라에게는 좋은 기회였고, 아쿠타가와도 승낙을 했다. 오늘이 일주일 째, 하루에 한 갑씩 피워대던 사람이 절대로 일주일은 참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쿠타가와의 계산 실수였다. 일주일째에 키스를 보상으로 건 결과로 나카하라 츄야는 사탕을 콰득콰득 씹어먹고 다리를 달달 떨며 일주일을 버텼다. 그래서 그 고통의 보상으로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의 키스를 받으러 한달음에 달려왔고, 때마침 운이 좋게 아쿠타가와도 임무를 빨리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소생, 아직 코트에 피비린내가..."
"키스를 네 코트랑 하냐?"
빨리 와.
말은 그렇게 했다지만 급한 것은 나카하라의 쪽인지, 자신이 언젠가 일어서서 아쿠타가와의 허리를 당기고 있었다.
피비린내가 물씬 풍겨왔다. 나카하라는 그 냄새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아쿠타가와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뒷걸음질을 했으나 츄야의 팔이 아쿠타가와를 막았다. 나카하라 씨. 떨리며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손 밖으로 흘러나왔다. 나카하라는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라 여겼다.
"읏, 나카하라.. 씨."
아쿠타가와는 나카하라의 볼을 살포시 잡고 천천히 얼굴을 내렸다. 힘을 줘서 감은 눈에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미간에 주름이 지고 입술이 옴짝달싹하는 그 얼굴이 나카하라의 눈에는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나카하라는 어느 지점에서부터 머뭇거리는 아쿠타가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 표정이 임무 현장에서 가차 없는 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표정이란 걸 믿을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표정이었다. 나카하라는 그 표정에 웃음을 터뜨렸다. 쪼그리고 앉아서 배를 잡고 웃을 정도였다. 웃음소리에 슬며시 눈을 뜬 아쿠타가와는 아래에 쪼그려 앉아 끅끅대며 웃고 있는 나카하라 츄야를 발견했다. 아쿠타가와는 귀끝까지 열이 올라서 후다닥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나카하라의 이능력이 그것을 붙잡아 당겼다. 아쿠타가와의 발이 공중에 붕붕 뜬 탓에 그는 공중에서 버둥거리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이, 이거 놓..."
"나 아직 키스 받은 기억이 없는데?"
"...안 할 겁니다."
"진짜?"
아쿠타가와는 나카하라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렸다. 나카하라는 저에게서 두 발짝 정도 떨어진 아쿠타가와에게 보폭 크게 걸어가 토라진 듯한 얼굴을 낚아채듯 잡아서 입을 맞췄다. 놀라 뒤로 뒷걸음질하려고 하던 아쿠타가와의 얼굴을 츄야는 힘으로 꽉 잡았고 아쿠타가와는 그 힘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아쿠타가와는 입맞춤이 서툴렀다. 기습적으로 밀고 들어온 제 상사 덕분에 아쿠타가와의 팔은 공중에서 허둥대다 나카하라의 옷깃을 꾸욱 잡았다. 아쿠타가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따금 간헐적으로 떠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카하라 츄야가 흘금 눈을 떠서 본 아쿠타가와는 붉은색 홍조가 잔뜩 얼굴에 피어있었고 속눈썹은 잔뜩 떨리고 있었다. 숨 쉬어. 그 말에 아쿠타가와의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공중에 아직까지 떠 있는 발도 조금은 익숙해진 듯 보였다. 나카하라의 낮은 목소리에 아쿠타가와는 숨을 들이쉬었다. 곧 그의 입술에 다시 막히긴 했지만.
"다음은?"
"네?"
"그다음은 뭐냐고."
잔뜩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던 아쿠타가와에게 나카하라가 물었다. 내일의 보상은 뭐냐는 뜻이었다. 질문을 듣자마자 아쿠타가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키스보다 더한걸 해야 한다는 뜻인가.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 그... 아니, 설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기침이 나왔다. 기침을 두어 번 정도 내뱉고 슬쩍 봤을 때 나카하라는 자신을 놀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쿠타가와는 부러 시선을 나카하라에게 주지 않았다. 나카하라가 앉아있는 소파 주변에서 아쿠타가와의 시선이 맴돌았다. 쭈뼛쭈뼛 서서 손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아쿠타가와를 보고 나카하라는 입에 호선을 그렸다. 농담이야. 농담이 너무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나카하라는 잔뜩 기분 좋은 표정을 하고선 일어나 제 머리에 모자를 아쿠타가와에게 씌웠다.
"그럼 다음엔 네가 해."
"무슨..?"
"키스 말이야."
나카하라는 그 상태로 집무실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집무실 안에는 혼자 덩그러니 나카하라 츄야의 모자가 씌워진 아쿠타가와밖에 없었다. 아쿠타가와는 잠깐 동안 나카하라가 닫고 나간 방문을 보았다. 절반 정도는 진심으로 나카하라 츄야가 이번에 참지 못하고 담배를 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