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야쿠
도서관 사서 A와 맨날 연체하는 B
리에야쿠
도서관. 그가 매일 아침이 되면 출근하는 곳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딱히 가고 싶었던 대학이나 학과가 없었던 그는, 대충 성적을 맞추어 문헌정보학과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였기 때문에, 우수하진 못하지만, 꽤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는 도립도서관에서 일하게 되었고, 가끔 오가는 사람들을 맞는 것과 혼자 사는 집에 검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 그것들 둘은 그에겐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요즘 짜증 나는 사람이 생겼는데, 누구냐면.
“야쿠씨~!”
“도서관에선 정숙 해주세요.”
이 사람이다. 회색 머리라는 것부터 특이하게 생겼다. 게다가 녹안에 키까지 크다. 자기 말로는 러시아 사람과 혼혈이라고 하던데. 그는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미를 두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곧 그에 대한 흥미라던가, 하는 것들이 전부 깨져버렸다. ‘근데 형 엄청나게 키 작네여!’ 하는 한 마디에.
“반납하러 왔슴다!”
그가 꺼내는 책은 배구에 관한 책. 야쿠는 그 책을 받아들고 표지의 아랫부분에 있는 바코드를 찍었다. 모니터에 뜨는 기간은 16일. 분명 대출 가능한 기간은 15일까지 일 텐데. 항상 하루씩 늦는 대출 기간에 야쿠는 한숨을 쉬며 항상 말하는 말을 내뱉었다.
“하루 연체되었습니다.”
“하루 연체되었슴다!”
켁. 야쿠는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동시에 내뱉은 말을 듣곤 그 녹색 눈을 가진 남자는 어떠냐는, 의기양양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에 비해 야쿠의 눈은 빨리 가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보다시피 정말, 이 사람은 인간 지뢰인 데다가,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직구를 던지니까. ‘키 작네여~ 몇 센치 임까? 160cm는 되여?’ 하는 질문과 ‘야쿠씨 인상 찌푸리면 못생겼어여.’ 같은. 그런 질문에도 꿋꿋하게 도서관 안에선 정숙 해주세요. 하고 말하던 야쿠였다. 마지막에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아, 맞아! 줄 거 있었어여!”
그는 등에 메고 있던 백 팩을 앞으로 해 지퍼를 열었다. 항상 있는 일이지만 마이페이스는 따라가기 힘들어. 그리고 잠시 가방 안을 감으로만 뒤적거리던 그의 손에서는 캔커피 한 잔이 같이 나왔다. 자신을 위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인간 지뢰가 주는 것은 사양이었다.
괜찮다고 말하려 숨을 삼키는 찰나, 그는 캔커피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데이트 신청임다!”
하고 말했다.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타인의 페이스에 말려본 적은 처음이거니와, 게다가 남자한테 데이트 신청이라니. 그것도 이 사람한테. 야쿠는 애써 숨호흡을 하고 이성을 다스렸다. 그럴 동안에 그 남자는 그 긴 다리를 휘저으며 나가려고 하고 있었지만.
그걸 발견한 야쿠는 캔커피를 들고 황급히 책상을 나가 그에게 쥐어주려고 했지만, 그는
“아, 맞아. 제 이름 모르져? 리에프임다! 하이바 리에프!”
하고는 나가버렸다. 정말, 저렇게 제멋대로인 사람은 이 세상에 저 사람 말고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야쿠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그 캔커피에 붙여져 있는 조그마한 노란 포스트잇에는 ‘오후 9시에여! 제가 다니는 대학로로 와주세요!’ 하는 문구와 함께 이모티콘이 붙어있었다.
여담이지만 대학생에다가 러시아인 혼혈인건 어떻게 알았냐면 계속 리에프가 조잘조잘 옆에서 떠들어대면서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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