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AU
"와, 개못생겼다."
"취해서 하는 소리가..."
엔노시카는 반 쯤 엎어져있는 후타쿠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후타쿠치가 카마사키 선배가 부쩍 연락이 자주 온다느니, 어떤 교수님이 엿같다는 등의 소리를 늘어놓저 엔노시타는 귀를 막고 생각에 잠겼다. 내가 왜 여기 있지,
꼭 일주일에 한 번은 이렇더라. 후타쿠치가 공강 전날에 기분이 좋던 말던 엔노시타를 불러놓곤 술을 했다. 취해서 비틀거릴 때 까지. 정작 엔노시타 자신은 그 다음 날에 1교시부터 수업이 있는데도 말이다. 출석만 잘 해도 B를 주는 교수님인데, 누구 덕분에 고맙게도 매번 지각을 하는 통에 그 수업은 D위에 마이너스가 달리게 생겼다 이 말이다. 그럼에도 뿌리치지 못하고 항상 휘둘리며 여기 오는 자신을 원망해야지 술에 개떡이 되어있는 후타쿠치에게 쌍욕을 해봤자 어짜피 듣지도 못할테니까.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이젠 힘들었던 배구부 활동이나 공부도 끝났다는 통지서와도 같은 졸업장 받고, 가쿠란을 벗었다. 자신을 지독히도 놀려대던 다테공의 주장도 이젠 바이바이고, 더 이상 교장의 가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 근데. 그런데 이런 경우 종종 있지. 대학을 왔더니 이젠 볼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 후타쿠치 켄지라는 작자가 자신의 앞에서 알짱대는 게 아닌가. 학기중에는 사람도 많은 복도에서 큰 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조용히 좀 살고싶은 엔노시타에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만 좀 못살게 굴라고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덕분에 1학기가 끝날 때 쯤에 엔노시타는 후타쿠치에 관해서는 부처가 되었다더라.
"존나 못생겼어..."
눈이 반쯤 풀려서도 술을 먹고 있는 후타쿠치로 다시 의식이 돌아온 엔노시타는 이제 슬슬 바래다줘야겠다 싶어 비틀거리는 후타쿠치를 부축했다. 후타쿠치의 술값으로 가벼워진 엔노시타의 지갑은 그 사람을 택시에 태워보내기에는 무리였다. 2,900원짜리 학식 5번을 먹을 수 있는 돈인데.
"야, 엔노시타..."
"왜."
축 늘어져 엔노시타에게 의지해 비틀거리며 걷는 후타쿠치가 엔노시타를 올려다보았다. 그 갈색머리 싸가지 없는 남자는 중얼거리며 다시 고개를 돌리며 휘청휘청 걸었는데, 그 말은 엔노시타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하기 충분했다. '아, 씨... 밑에서 보니까 더 못생겼네.' 이 새끼를 여기 버리고 집에가서 잠을 10분이라도 더 자느냐, 아니먄 그냥 끝까지 데려다 줄까. 미운 정이라도 든 것인지, 그도 아니면 착한 심성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엔노시타는 데려다는 줘야겠다 생각한 탓인지 계속 발걸음을 올겼다.
"엔노시타..."
"이번엔 또... 웁!?"
또 뭐냐고 불평하려는 순간에 뭔가 말랑한 것이 엔노시타의 입을 막았다. 엔노시타의 만쯤 찡그려진 미간은 펴진 채 눈도 동그랗게 커져있었다. 이게 뭔가. 눈동자를 굴려 아래를 보자 보이는 것은 후타쿠치 켄지. 제 원수와 같은 놈이자 제게 진상을 부리는 놈. 나 지금 남자랑 키스하고 있는 건가? 뻣뻣하게 굳은 엔노시타는 후타쿠치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멱살을 힘 줘 꾹 잡고있는 탓에 밀어내도 힘이 후타쿠치만큼 미치지 못하는 엔노시타에겐 무리였다.
후타쿠치의 혀가 엔노시타의 입속으로 파고들어옴과 동시에 술냄새도 같이 몰려왔다. 혀가 얽히고 섥히는 느낌이 묘하게 이상해 엔노시타는 눈을 감아버렸다. 이건 거의 강제나 다름없으니까. 속으로 절규하던 엔노시타는 후타쿠치 손아귀의 힘이 풀리자 후타쿠치를 밀쳤다.
"아... 좋아.. 우웩!"
아, 제발. 신이시여. 1년간 타나카와 니시노야의 뒷바라지를 하며, 주장을 하며 단련된 엔노시타 치카라의 멘탈은 어디에 갔는가. 동성에게 고백을 받고 깨지다 못해 산산조각이 나 부스러기가 되어버린 멘탈은 후타쿠치가 토사물을 게워내는 장면을 보자마자 바로 뒤로 도망치게 하기 충분했다.
"야! 엔노시타 치카라!"
"제발..."
저 복도끝에서 들리는 후타쿠치 켄지의 목소리에 엔노시타 치카라는 중얼거렸다. 고통의 신음에 더 가까지만.
보나마나 왜 길거레어 버리고 갔냐며 말하러 왔겠지. 네가 이때까지 한 짓을 좀 생각해보란 말이다. 아니, 적어도 어제 한 일만은 기억해줘... 엔노시타는 후타쿠치를 피해 옆 건물로 갔다. 그 짓은 엔노시타카 후타쿠치를 봐줄 때 까지 계속됐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주가 되자 후타쿠치는 지친 건지, 포기한건지 그 건물에 적어도 후타쿠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리는 날은 한동안 없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엔노시타는 그 날밤의 고백이 머릿속에 생생이 있었다. 그 토사물까지. 그래도 애써 그 기억을 부정하고 평범하게 일상속에서 후타쿠치가 배제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야."
후타쿠치 켄지의 목소리에 엔노시타는 화들짝 놀랐다. 식은땀이 나고 동공이 흔들렸다. 그대로 굳어버린 엔노시타의 몸은 후타쿠치를 올려다 보고싶지 않아했다. 대학 식당에서 먹는 게 아니었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용케 엔노시타를 찾은 후타쿠치는 성큼성큼 걸어 엔노시타에게로 왔을 것이다. 그리고 한 달간 그를 보지 못한만큼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겠지.
후타쿠치는 엔노시타 앞에 앉았다.
"야."
"..네."
"왜 피하냐?"
엔노시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고백을 받았는데 그 고백한 상대가 똑같은 남자고 이때까지 자신을 악마같이 괴롭히고 다녔던 놈이다. 물론 그 고백한 놈은 술에 떡이 되어 고백한 거라 기억 못하지만. 그런데 그 누가 다음 날에 얼굴을 똑바로 보고 평소같이 인사를 하겠냔 말이다.
엔노시타가 입술을 꾹 닫고 시선을 딴 곳에 두는데 후타쿠치는 자리에 앉아 팔짱을 끼고 엔노시타를 쏘아보았다.
"눈 좀 보지?"
마치 엔노시타가 죄인이라도 되는 양.
그 날 이후로 후타쿠치와 엔노시타는 평소처럼 지냈다. 엔노시타는 그냥 없던 일로 하자는 것으로 생각했다. 잊어버리자고, 잊자고. 그래도 그 날의 기억이 너무 충격적인 탓에 뇌리에 깊게 박히기라도 했는지 잊혀질 생각은 좀처럼 없어보였다. 오히려 더 생각나기만 할 뿐이었다. 눈이 반쯤 감기고 얼굴은 상기되어서 자신에게 하는 말이. 물론 기억의 끝은 구토였지만.
어떡하지. 엔노시타는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뜨리며 침대에 쓰러졌다. 힘 없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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